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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성경자료

왜 헬라어를 공부해야 하는가? (핵심 헬라어 문법과 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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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헬라어를 공부해야 하는가? ]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신학교에 들어오면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헬라어와 히브리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공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영어도 제대로 안 되는데 생소한 언어를 또 배워야 하는가? 헬라어와 히브리어가 목회에 꼭 필요한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나 더 배우고 실천 신학 과목을 더 듣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근원적으로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할 때 우리는, 목회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원어 공부는 필수적이며 수확이 큰 투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것일까?

 

  먼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원어 공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번역본이다. 따라서 원문에 맞게 바로 번역되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또한 바로 번역됐다 하더라도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개역판 성경은 마태복음 1장 1절에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고 번역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란 무슨 뜻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저 ‘세상(world)’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원어는 ‘비블로스 게네세오스(βιβλος γενεσεως)’로서 ‘기원 또는 발생의 책’ 곧 ‘족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만일 여러분이 강단에 섰을 때 이 구절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세상은 이렇고 저렇고”라고 설교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마태복음 6장 33절은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말씀은 대개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하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원문에 보면 “내일이 스스로를 염려할 것임이니라”고 되어 있다. 이 말은 곧 내일은 우리의 염려할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친히 염려하신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일에 대해서는 내일 가서 염려하라는 뜻이 아니라, 전혀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 본문의 뜻이다. 이처럼 성경에는 잘못 번역되어 있거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을 바로 번역하면 될 것 아닌가? 물론 옳은 말이다. 성경은 올바르게, 쉽게 번역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언어 구조의 차이와 시대의 차이, 그리고 해석상의 차이 때문에 올바르게 번역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좋은 영어 성경을 참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영어 성경이라고 다 바로 번역된 것은 아니며, 영어 성경에도 오류가 있고 분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심지어 우리 개역판 성경보다 못한 부분도 많다. 따라서 설교할 때 영어 성경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며 옳지 못한 태도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강론하면서 영어가 부족하니까 일어 번역본을 가지고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말은 물론 성경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 원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대개 번역된 성경을 읽고 신앙 생활을 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생각해야 할 것은 여러분은 이제 평신도로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수업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평생 동안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번역 성경만 가지고 이 일을 하겠다는 것은 마치 영어를 모르고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며, 한문을 모르고 논어와 맹자를 논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21 세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과학자에게는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고, 의사에게는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듯이, 목회자에게는 깊은 경건과 훌륭한 인격의 바탕 위에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목회자에게 이런 전문 지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교회로 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전문 분야를 소홀히 하고 다른 것들을 통해 목회하겠다는 것은 마치 의사가 의술 외에 다른 것으로 손님을 끌려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날 한국 교회를 볼 때 교역자들의 수고가 많고 열심이 대단한 것을 본다. 하지만 평신도들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은 설교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평신도들은 기분 좋게 예배에 참석하러 갔다가, 목회자의 설교가 너무 산만하고 내용이 빈약하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교역자가 현재의 노력과 수고에 설교의 내용만 좀더 보완한다면, 현재의 교인 수에 최소한 2, 30%는 더 증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처럼 교인들은 목사에게서 좋은 설교를 원하는데, 목사는 이것은 대충 해치우고 다른 것으로 승부를 하려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원어를 잘 공부하는 것은 교회 성장에 대단히 중요하며, 다른 어떤 공부보다 중요한 실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영문학을 하려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이 기본이고, 동양 사상을 공부하려면 한문을 잘 익히는 것이 필수인 것과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원어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을 깨우쳐 가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목회자는 평생 남을 가르치고 지도하는데, 자기 스스로 말씀을 깨우치는 즐거움이 없다면 그 자신의 영혼은 얼마나 지치고 피곤하겠는가?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주위의 이런 저런 말들에 흔들리지 말고 원어를 잘 배워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전하고 가르치는 훌륭한 목회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21 세기는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잘 준비된 교역자를 원하며, 이런 준비된 교역자가 섬기는 교회가 성장할 것이다.

 

 - 필자의 「핵심 헬라어 문법과 강독」(서울, 2000년) 중에서 -

 


핵심 헬라어 문법과 강독

저자
변종길 지음
출판사
개혁주의출판사 | 2012-01-3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핵심 헬라어 문법과 강독』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헬라어를 강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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