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찾아오심과 장로의 심방
김헌수_대전 성은교회 목사
한국 장로교회에서는 ‘장로의 심방’이라는 말이 이상한 말이 되었다. 심방은 부목사나 여전도사가 하고 심방하는 장로에 대하여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장로의 심방은 장로교회의 헌법이나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서와 임직 예식문에서 핵심적인 것이다. 장로가 심방을 하면서 교인을 영적으로 돌보는 것은 성경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심방하는 장로에 대한 교회법의 규정을 살피고, 그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 장로를 세우려는 이 시점에 그러한 공부는 여러 면에서 유익할 것이다.
1. 장로교 교회 정치와 개혁교회 장로 임직 예식문
1) 장로교의 전통
한국에 장로교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1884년이고, 독노회를 결성한 것은 1907년, 총회를 구성한 것은 1912년이다. 독노회를 구성하기 전에 “대한 예수교 장로회 규칙”을 1904년에 작성하여 사용하였다.1) 여기에서는 장로가 한 지역 교회에서 목사와 함께 신령한 일을 살피면서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간단하게 규정하였다.
장로는 지교회 교인들의게 택졍함을 밧고 또 목사의게 안슈함으로 세움을 밧아 목사로 더브러 지교회의 신령한 일을 살펴다사리난 쟈라.
(장로는 지교회 교인들에게 택정함을 받고 또 목사가 안수함으로 세움을 받아 목사로 더불어 지교회의 신령한 일을 살펴 다스리는 자이다.)
1915년부터 14인의 위원이 “웨스트민스터 장로교 교회 정치”(1645년)를 기준으로 새로운 헌법을 작성하기 시작하여 1919년에 총회에 제출하였다.2) 한글 맞춤법에 따라서 개정한 1934년판에서 ‘장로의 직무’로 명기한 부분을 인용하겠다.
치리(治理) 장로는 교인의 택함을 받고 대표자가 되여 목사와 협동하야 행정과 권징을 관리하며 지교회 혹 전국교회의 신령적 관계를 총찰(總察)하며 주께 부탁을 받은 양무리가 도리 오해(道理誤解)나 도덕상 부패에 이르지 않키 위하여 당회(堂會)로나 개인으로 선히 권면하대 회개치 아니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당회에 보고할 것이며 교우(敎友)를 심방하대 특별히 병자와 조상자(遭喪者)를 위로하며 무식한 자와 교회 내 유아를 양육하고 간호할 것이니 평신도라도 애(愛)의 법칙을 행할 의무가 있거든 장로는 신분상 의무와 직무상 책임에 더욱 중하니라. 장로는 교인과 함께 기도하며 위하여 기도하고 교인 중에 강도(講道)의 결과를 찾자보며 질병과 애척(哀戚)을 당한 자와 회개하는 자와 특별히 구조 받을 자가 있을 시에는 목사에게 보고할 것이니라.3)
장로의 직무를 밝힌 이 부분은 대부분 장로가 어떻게 심방을 하고 영적으로 다스릴 것인가를 규정하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과 고신측이 연합하여 작성한 1962년 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작은 제목으로 위의 내용을 정리하였다.4)
1) 교회의 신령적 관계를 총찰한다.
2) 도리 오해(道理誤解)나 도덕상 부패를 방지한다.
3) 교우를 심방하여 위로, 교훈, 간호한다.
4) 교인의 신앙을 살피고 위하여 기도한다. 교인 중에 강도(講道)의 결과를 찾아본다.
5) 특별히 심방할 자를 목사에게 보고한다.
다섯 가지 제목으로 장로의 직무를 잘 요약하였는데, 교회의 신령한 면을 살피고 돌보기 위하여서 심방을 하고, 목사가 전한 말씀이 교인들 가운데서 어떻게 열매를 맺는가를 찾아보는 것이 장로의 중요한 일이었다. 복음의 도리를 순수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그 도리를 모르는 사람[무식자]과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일, 곧 요리문답의 교육도 장로가 사랑으로 행하여야 할 일로 지적하였다.
그런데 초기의 장로교 헌법들을 비교하면 1934년판의 처음 문장은 두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1922년 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5)
치리(治理) 장로난 교인의 택함을 받고 대표자가 되여 목사와 협동하여 치리와 권징의 사(事)를 관리하며 지교회(支敎會) 혹 전국교회의 신령적 관계를 통솔하나니라. (치리 장로는 교인의 택함을 받고 대표자가 되어 목사와 협동하여 치리와 권징의 일을 관리하며 지교회 혹 전국 교회의 신령한 관계를 통솔한다.)
1922년판에는 치리 장로가 목사와 함께 ‘치리와 권징의 일’을 담당하는 직무라고 밝힌다. 그런데 1934년에는 ‘행정과 권징’으로 바뀌었다.6) ‘치리와 권징’, 즉 영적인 다스림이 ‘행정’으로 바뀌어서 정착하였다.
또 하나 차이가 있는 구절이 있다. 1955년판에는 “장로는 교회의 택함을 받고 치리자가 되어 목사와 협동하여 행정과 권징을 관리하며”로 시작한다.7) 1955년판에는 ‘교인의 대표자’라는 말이 빠진 것이다.
첫 문장에서 이렇게 두 부분이 바뀌었다. 1919년에 새로운 헌법을 작성하면서 1645년의 “웨스트민스터 장로교 교회 정치”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하였으므로 거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구절이 있는가를 살펴보자.8)
유대인 교회에서 백성의 장로들이 교회를 다스리는 데서 제사장과 레위인과 연합하였듯이, 교회에 정권(政權)을 세우시고 교회적인 치리자를 두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의 사역자 외에 그의 교회의 몇 사람에게 다스리는 은사를 주시고, 그들이 그 일로 부름을 받았을 때 교회를 다스리는 일에서 목사와 연합하여 그 일을 수행하도록 위임하셨다. 개혁교회에서는 그러한 직분자를 보통 장로라고 부른다.
“장로교 교회 정치”에서는 장로를 ‘목사와 연합하여 교회를 다스리는 직분’으로 가르치고, ‘행정’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장로를 ‘그리스도께서 주신 은사’, 곧 ‘선물로 주신 직분’으로 이해하였지 ‘교인의 대표’로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논란이 된 두 부분, 즉 장로가 행정의 일을 관리한다는 것과 교인의 대표자라는 말이 이후 한국 장로교회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장로직은 원래 심방을 하는 영적인 직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후에는 행정의 일을 담당하는 직책이 되었다. 또한 교인의 대표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이라는 생각이 약하여지고, 목사와 함께 영적인 직책을 감당하기보다는 교인의 편에서 목사를 견제하는 경우들이 많았다.9)
한국 장로교회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영적으로 돌보면서 심방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에서 소요리문답을 가르쳐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가르칠 사람으로는 부모뿐 아니라 ‘장로’와 목사를 들었다.10) 장로가 교리를 가르치고 영적으로 감독하고 그 목적을 위하여 심방하는 것이 헌법에는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초기에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가르치는 일이 있었지만 그 전통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졌고, 장로가 심방하는 것은 시행도 되지 못하고 사문화(死文化)하였다.
2) 개혁교회의 전통
개혁교회 전통에서는 장로의 직무에 관하여서 네덜란드 신앙고백서, 도르트 교회법, 장로의 임직 예식문에서 다룬다. 신앙고백서에서 원칙을 밝히고 교회법에서는 시행 원칙을, 그리고 예식문에서는 구체적인 시행의 방법을 밝혔다. 세 문서를 각각 살펴보겠다.
네덜란드 신앙고백서 30조에서는 ‘교회의 통치’에 관하여 고백하면서 목사와 장로의 사명을 이야기한다.
이 참된 교회는 우리 주께서 그의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인 질서에 따라서 통치되어야 함을 우리는 믿는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성례를 집행할 목사가 있어야 하며 또한 목사와 함께 교회의 회의를 구성할 장로와 집사가 있어야 한다.
그 신앙고백을 근거로 도르트 교회법에서는 ‘장로의 직분’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표현한다.11)
장로 직분의 특별한 의무들은 다음과 같다. 즉 모든 회원들이 복음에 따라서 교리와 생활에서 정당하게 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말씀의 사역자와 함께 그리스도의 교회를 감독하는 것, 회중의 성원들을 충실히 심방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교훈하고 훈계하며 부적절하게 행하는 자는 책망하는 것, 믿지 않고 불경건하며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서 기독교적 권징을 시행하는 것, 성례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살피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하나님의 집의 청지기이므로 회중에서 모든 것이 단정하고 질서 있게 되도록 주의하며, 그들에게 맡겨진 그리스도의 양 무리를 돌보아야 한다.
끝으로, 좋은 조언과 충고로 말씀의 사역자를 돕고 그들의 교리와 생활을 감독한다.
개혁교회에서는 신앙고백서와 교회법에 근거하여서 “장로 임직 예식문”을 사용하는데, 그 예식문에서는 영적 감독과 심방을 장로의 첫째 직무로 꼽는다. 독립개신교회에서 확정하여 채택한 예식문은 장로의 직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이 예식문은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교회를 영적으로 감독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장로는 말씀의 사역자와 함께 그리스도의 교회를 감독하는 과업을 맡았습니다. 모든 교우(敎友) 하나하나가 복음의 말씀을 따라 교리와 생활에서 단정하게 생활하는가를 감독하여야 합니다. 이것을 위하여 그들은 회중의 집을 성실하게 방문하여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하고 가르치고 권면하며, 단정하지 않게 행하는 사람은 책망하여야 할 것입니다. 믿지 않고 순종하지도 않고 회개하지도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서 그리스도적인 권징을 행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례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살펴야 합니다.
3) 종합
장로교회에서나 개혁교회에서나 장로의 주된 임무로 교회를 영적으로 감독하고 그 일환으로 회중의 집을 심방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장로교회에서는 장로가 심방을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외적으로만 모방하여 심방을 한다고 하여서 개혁교회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조문이 사문화한 현실에서 제도만 갖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심방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살펴보고, 거기에서부터 메마른 땅을 기경(起耕)하는 심정으로 교회의 제도를 갖추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동토(凍土)에 파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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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곽안련, “죠선예수교쟝로회 헌법,” 『신학지남』, 2권 2호 (1919), 74쪽. 1904/5년의 “규칙”은 박병진, 『한국장로교회 헌법 100년, 변천의 개관』, 성광문화사, 1989, 8쪽에서 인용함.
2) 곽안련, “본장로교회 신헌법,” 『신학지남』, 2권 3호 (1919), 104쪽.
3) 곽안련 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대한기독교서회, 1934, 84-85쪽.
4)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신조, 정치 및 헌법적 규칙』, 출판사 불명, 1964년, 33-34쪽.
5) 1922년 판은 박병진, 『한국장로교회 헌법 100년, 변천의 개관』, 82쪽에서 인용함.
6) 이후에 간행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서는 모두 ‘행정과 권징’으로 말하고, 최근에 간행 된 합동, 고신, 통합의 헌법책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박병진은 ‘치리와 권징’은 같은 말의 반복인데 ‘행정과 권징’으로 바꾼 것이 뜻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장로 교회 헌법 100년, 변천의 개관』, 83쪽.
7) 안광국 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정치 (개정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종교교육부, 1955, 30쪽.
8)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Free Presbyterian Publications, 1995, p. 402.
9) 장로를 교인의 대표로 보는 것은 회중교회의 영향을 받은 미국 북장로교회의 전통이 곽안련(Charles Allen Clark, 1878-1961) 선교사와 같은 분을 통하여서 소개된 것이다. 곽안련이 1917년에 번역하여 소개한 J. A. Hodge의 『교회정치문답 조례』 88조에서는 “목사는 하나님의 사자(Messenger of God) 또는 그리스도의 사신(Ambassadors of Christ)이요, 장로는 교인의 대표자이다” 하고 명시적으로 밝힌다. 장로를 ‘교인의 대표자’로 보는 것은 북장로교회의 헌법에 나오는 표현이다. 북장로교회의 논의에 대하여서는 허순길, “역사적으로 본 개혁주의 직분,” 『개혁신학과 교회』, 3권 (1993), 220-236쪽 참조.
10) J. A. Hodge, 『교회정치문답 조례』, 171-172문. 박병진 개역, 성광문화사, 1980, 88쪽.
11) 도르트 교회법의 원본에는 23조인데 원본에는 그 당시의 상황과 연결된 표현들이 있고, 독립개신교회에서 사용할 “장로 임직 예식문”의 순서를 반영하는 데에는 캐나다 개혁교회의 조문이 더 적절하여서 캐나다 개혁교회에서 택한 도르트 교회법 22조를 인용하였다. Book of Praise, Premier, 1984, p. 663. 원본의 영어 번역은 C. Bouwman, Spiritual Order for the Church, Premier, 2000,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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